이제는 취준준생이 아니라 취준생입니다.
작년까지 나는 스스로를 취준준생(취업 준비를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단어 자체가 귀엽기도 하지만,
주니어 개발자조차 되지 않는 나의 아기자기한 실력(...)을 자조하는 의미도 담겨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취준준생에서 완전한 '취준생'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명확히 분야를 정했으며, 본격적으로 코테를 준비하고, 면접 질문들을 읽고 있다.
그러던 중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주제로 쓰인 글을 보게 되었다.
우테코의 막바지에 크루들이 작성한 글이었는데, 왜인지 보고 있으면서 숨이 턱 하니 막혔다.
나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지?를 생각하면 할 수록 우울해지는 것이었다...
그 우울감이 왜 들었는지를 열심히 생각해보았다.
우선, 내 영역이 좁아지는 것 같았다.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어떤 집을 짓고 살지, 어떤 고양이를 기를지, 어떤 취미를 갖을지에 대해 고민을 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를 메인으로 생각해야 한다니.
내 생각의 공간이 개발자로 한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취준의 단계로 들어가면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개발자 지망생이 되었는데
나누는 모든 대화들이 개발과 관련된 내용들이니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다.
내가 하는 모든 행위가 회사에게 매력적으로 평가받기 위한 활동의 일환이라니..
하지만 이 우울을 해쳐나가는 과정에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그 과정과 결론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나는 왜 컴퓨터공학과에 왔는가
우선 컴퓨터 공학과를 온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원리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 볼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가 궁금해서 온 집안의 볼펜을 분해했던 적이 있다.
(물론 조립은 아버지의 몫이었지만..)
하지만 수학과 과학, 특히 물리와 화학은 싫어한다.
뭐 이런 공대생이 다 있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런 내게 희망이 되었던 학과가 바로 컴퓨터공학과였다.
또 나는 굉장히 안전 지향적인 사람이기 때문에 '취업이 잘 된다'는 항목도 무시할 수 없었다.
컴퓨터공학과를 온 다음 나는 이것이 적성에 맞다는 것을 깨달았다.
새로운 기술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는 직업이 개발자라고 느꼈다.
정말로 미래에 가장 가까운, 기술의 첨단(尖端 - 뾰족할 첨, 끝 단)에 서있다고 느꼈다.
또 코드를 짜고,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즐거웠다.
또 컴퓨터 공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공학을 쉽게 말하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학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의를 컴퓨터공학에 적용한다면,
컴퓨터공학은 말 그대로 '컴퓨터를 어떻게 인간의 필요에 맞게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학문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인본주의적인 학문이라 생각한다.
요즘 운영체제를 공부하면서 이를 실감하고 있다.
사람이 만든 발명품(당시엔 계산기)을 어떻게 하면 사람을 위해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그 고민들이 지금의 컴퓨터공학을 만들었다.
더 효율적이고 싶은 욕망, 더 빠르고, 더 편리하고 싶은 욕망이 발전시킨 학문이라고 생각하면
인문학과도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싶은가?
이 글을 쓰면서도 느꼈지만, 나는 역시 코딩과 컴퓨터공학이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컴공생 or 개발자로 나를 한정 짓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나는 내가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분야를 내가 판단했고, 선택했다.
따라서 나에게 개발자는 그저 하나의 직업이 아니다.
내가 시간과 애정을 들여 만들어가고 있는 공예품에 가깝다.
이것이 내가 취준을 하는 원동력이다.
취업을 해서, 좋은 개발 문화를 가진 곳에서 개발을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내가 취준을 하는 과정에서 이 마인드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은 아래와 같다.
저는 개발을 좋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제가 이 분야를 선택했던 마음, 매력을 느꼈던 순간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개발을 좋아하기 때문에 더 잘하고 싶고 더 많이 배우고 싶어요.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일을 한다면, 정말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끝까지 개발을 좋아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어요.
물론 실제 면접에서는 '함께 일하고 싶은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라거나,
'동료들을 도울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해야겠지만,.
일단 지금의 마음가짐은 이러하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대답은
커리어를 만들어가면서 계속 바뀔 것 같아서 시리즈로 작성하려 한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도 '어떤 ㅇㅇ이 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